모나미 볼펜 브랜드 네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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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2-19 07:12 조회2,8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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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미 153 볼펜, 1963

  볼펜(Ballpoint pen)은 대단히 편리한 필기도구이다. 볼펜 이외에도 붓, 연필, 샤프펜슬, 펜촉, 만년필, 사인펜 등 많은 필기도구가 있다. 붓은 근대화와 더불어 사라져 갔다. 연필은 아직도 애용되는 필기도구 중 하나이지만, 자주 깎아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칼과 휴지통이 필요하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샤프펜슬이 개발되었지만 볼펜만큼 편리하지는 않다. 잉크를 찍어 써야 했던 펜촉은 잉크병이 넘어지지는 않을까 항상 노심초사해야 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 만년필이지만 수시로 잉크를 보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사인펜도 편리한 필기도구 중 하나이지만 촉 부분의 건조를 막기 위해 뚜껑을 덮어 두어야 한다. 이모저모 따지다 보면 볼펜이 가장 편리한 도구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디자인의 볼펜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디자인이 ‘모나미볼펜’이다.

  모나미볼펜의 정식 브랜드명은 ‘모나미153볼펜’이다. 1963년 5월 1일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후 현재까지 같은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오랫동안 변하지 않고 꾸준히 애용되는 제품도 드물다. 볼펜의 대명사 모나미153볼펜이 한국디자인의 프로토타입 중 하나임을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나미153볼펜은 육각주모양의 몸체, 원추모양의 촉 덮개, 간편하게 작동되는 조작노크, 스프링, 잉크 심 등 총 5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간결한 외양과 더불어 더도 덜도 없이 딱 필요한 것만 갖춘 구조로 기능적으로도 완벽한 수준이다. 총길이는 13.5㎝이고, 육각주 몸체에는 ‘monami 153 0.7’이라고 적혀 있다. ‘몽아미(mon ami)’는 ‘내 친구’라는 뜻의 불어이고, 153은 ‘베드로가 예수님의 지시대로 그물을 던졌더니 153마리의 물고기가 잡혔다’는 신약성서 요한복음 21장 11절의 내용에서 착안해 붙인 숫자이며, 0.7은 필기 굵기를 말한다.

  유성잉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잉크가 흘러 셔츠를 더럽히는 경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볍고 간결한 외양 때문에 휴대가 간편하다. 필기도구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몽당연필을 끼워 사용하는 데에도 모나미볼펜만큼 적절한 것은 없다. 게다가 가격이 싸서 분실해도 아깝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이 모나미153볼펜에서 우리가 연상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모나미153볼펜은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모나미라는 이름의 회사에서 생산한 볼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잘 알려진 대로 ‘환타 오렌지주스’라는 제품에는 오렌지 과즙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우리가 환타오렌지 주스를 마신다는 것은 오렌지주스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환타오렌지 주스라는 기호(記號)’를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모나미153볼펜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여서 단순히 볼펜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나미153볼펜이라는 기호’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모나미153볼펜을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일일이 깎아서 써야 하는 연필은 볼펜보다는 불편한 필기도구이지만, 그래서연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근면함 같은 것을 엿볼 수 있다. 만년필을 애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권위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필기도구는 스테이터스 심벌로서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볼펜의 대명사 모나미153볼펜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추측컨대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의 필기도구 모나미153볼펜. 만약 모던디자인이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을 위한 것이기를 희구했다고 한다면, 모나미153볼펜은 모던디자인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사물의 하나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한편 모나미153볼펜의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주)모나미의 송삼석 회장은 회고록 <내가 걸어 온 외길 50년>(한국일보사, 2003)에서 브랜드명의 작명배경에 관하여 “‘153’은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의지하여 따르면 많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숫자였다. (중략)하나님은 내게 ‘153’이라는 숫자를 통해 기업인이 일생을 통해 반드시 지켜야 할 상도(商道)를 일깨워주셨던 것이다”라고 회고하고 있다. 이러한 작명배경 때문인지 모나미153볼펜의 성공은 예수님의 은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소개하는 인터넷 블로그가 여기저기 눈에 띤다. 그 진위야 증명할 길이 없지만, 적어도 필자의 경우 이 글을 쓰기 위한 자료수집 이전까지 ‘153’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생각해가면서 모나미153볼펜을 구입하거나 사용한 적은 없다. [네이버 지식백과] 모나미 153 볼펜, 1963 (한국의 생활 디자인, 김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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